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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히로 이야기

한국 소주를 잘 마시는 일본 아이들

by 동경 미짱 202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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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히로에게서 고교 때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비베큐를 하고 싶어 한다고 해도 되냐고 물었었다
코로나로 인한 긴급사태 선언도 일치감치 끝났고 요즘엔 하루 확진자가 몇십 명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변 이웃들의 눈도 있고 해서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일본은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공원 같은 곳이 꽤 많은 편이다
: 바베큐 할 수 있는 공원 많잖아
거기 가서 해
히로 : 바베큐가 하고 싶은것도 있지만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해. 우리집에서 하고 싶어 해

: 아니 왜 우리집에 오고 싶어
히로 : 몰라 우리집이 좋대
고등학교 때 우리 집에서 바비큐 할 때 왔던 애들이야
그리고  애들 다 코로나 백신 주사 2차까지 다 맞아서 괜찮아

: 아니 왜 뜬금 없이 우리 집에 오고 싶대
히로 : 전부터 우리집에서 바베큐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루다가 백신도 다 들 맞았고 해서
… 이번엔 저번처럼 많이 안 올꺼야  나 포함 해서 4명

히로가 고교 3학년때 체육대회 응원단이었단 히로는
응원단 친구들을  십여명을 집으로 불러 바베큐를 했었었다
나랑 우리집 자기야는 히로의 친구들과  꽤 스스럼 없이 지내는 편인데  아이들이 우리집이 편했나 보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히로의 고교때 친구들이 우리집에서 바베큐를 하기로 했다
마침 3일전에 스무 살 생일을 맞은 친구가 있어서 친구 생일 축하도 겸해서 한다고

 

그… 런 …. 데 ….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집에서 바베큐를 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전부 여자 아이들이란 사실!
헐 … 뭐니 ?
히로 말을 들어보면 여자 사람 친구니까
절대 오해 하지 말란다
히로는 학교에서 꽤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공부를 잘 하고 잘 나서가 아니라  성격이 좋아서 라는데 자기반 뿐 아니라 다른반 아이들과도 두루 두루 친한 편이었다 오늘 우리집에서 바베큐를 하자는 아이들은 여자 사람 친구 셋이었는데 거기에 남자 친구 한 명을 더 불러서 4명이 온단다
아무 관계가 아니고 단순한 여사친이니까 집에도 올려고 하는 거니까 절대 오해는 사절이란다
각각 다들 다른 대학교인데 고교친구들과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히로는 지금까지의 자기 인생중 고교시절이 제일 즐거웠고 좋았고 후회가 없다고한다  

날씨가 넘 좋았고 가을 햇살이 꽤 따가웠다
사내 녀석이 온다면 그냥 무시할 텐데 그래도 여자 아이들인데 싶어서 가을 자외선을 막기 위해

차양막까지 쳐 주었다

아이들이 오기전 미리 테이블과 의자 준비를 해 두었다

3일 전 생일이었던 아이를 위해 선물도 사고 간단한 장식도 했는데 149???
149의 뜻이 뭘까?
보통 스무 살 생일이면 20이 아닌가?
무슨 의미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알 수가 없어서 히로에게 물어보니 오늘 생일인 아이의 키가 149센티란다
친구들 중에 제일 작아서 모두에게 귀여움을 받는 친구라서

귀여움을 모아 모아 149로 했다고 …

 

오늘은 문화의 날이라고 해서 일본은 공휴일이다
집에 있던 자기야가 언제나처럼 잠깐 참가 

히로 친구들이 오면 처음 30분 정도는 인사도 할겸 참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30분쯤 지나면  아이들이 편히 놀수 있게빠져준다.

바베큐 재료 준비는 어제 히로랑 내가 다 사 두었는데 아이들이 술을 사 가지고 왔다


: 너네 미성년 아냐? 술 마시면 안 되는 거 아냐?
친구들 : 히로 빼고 다 20살 이에요

자기야 : 그럼 히로만 미성년이네

2002년 월드컵둥이 히로만 만 19살이고 다른 친구들은 2001년생이니 다들 스무 살이다
뭐 그렇다면야 술 마시지 마라 할 수도 없고 게다가 밖에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마시는 거니까 …..


 

아이들이 사 온 술 중에 참 이슬이 두병이 있었다
너네 이런 것도 마시냐고 했더니 맛있어서 좋아하는 술 중에 하나란다
나도 아직 마셔 보지 못한 참이슬을  스무 살 아들 친구들이 자주 마신다니 헐 … 이다

  한국 소주를 사 온 아이들에게 한국 안주로
닭봉이랑 떡볶이 그리고 소시지를 넣고 양념치킨 양념으로 만들어 주었다
요즘 일본 애들은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이 정도 매운 건 잘 먹는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와인 한잔 츄하이 한병 정도 마시는 수준이다
그래서 아직 막걸리도 마셔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참 이슬도 …
내가 아는 참이슬은 소주인데 스무 살 여자 아이들이 소주를 마신다니 ( 이렇게 말하는 난 꼰대 인정!)
소주인데 포도맛라고?
포도맛 소주가 있구나 …
내가 처음 일본에 왔던 20년 전 그때는 일본 마트에서 참이슬을 살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

지금은 참이슬도 막걸리도 일본 마트에서 살수 있는 시대다

내가 “ 자기야 이리 좀 와 봐”라고 한국말로 불렀더니
여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기 시작한다
히로 : 자기야가 무슨 말인지 알아?
여사친 : 드라마에서 자주 들어서 알고 있어

드라마에서 듣던 자기야란 말을 친구 부모에게서 들으니 그게 재미있었나 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이 히로 친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집이라니  나쁘진 않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
히로 말을 들으면 다른 친구들 집에 가고 싶다고 하지 않는데 오늘 온 여사친들 외에도 우리 집엔 오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전에 한 번씩 우리 집에 와 봤던 친구들이다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오고 싶어 한다는 건  조금 귀찮긴 하지만 좋은 일인 것 같다
히로도 코로나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했던 고교 때 친구들을 오래간만에 만나서 좋았다고
그리고 오늘 집에서 바비큐를 허락해 줘서 고맙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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