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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

나에게도 이런일이 …

by 동경 미짱 2021.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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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겨울 날씨지만 햇살이 참 따사롭다
바람이 안 불면 그늘이 아닌 햇살이 비추는 곳 양지에 있음 겨울 같다고 못 느낄 정도다
하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바람이 차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있다가도 바람이 불면 바로 “ 아이고 추워라” 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우리 집 마당에 알로에가 꽃을 피우려는지 커다란 꽃망울이 열렸다
알로에란 이 아이 워낙 잘 커서 제일 큰 놈을 싹둑 잘랐는데도 여전히 잘 크고 번식을 얼마나 잘하는지 올 해만 해도 네다섯 집에 분양을 보냈었다

 

일본에 와서 살면서 처음으로 알로에를
키워 봤고 처음으로 알로에가 꽃이 핀다는걸 알았다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수분 가득한 알로에가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나는 게 신기하다
게다가 왜 하필 이 추운 12월이 꽃을 피우는건지 …
생명력이 참 강한 아이인것 같다

생명력이라 …


지난 12월 초에 건강 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가 이틀전에 나왔다
처음으로 E.판정을 받았다
E판정은 8단계중 ( A,B,C12,C6,C 3, D, E, F)  7번째 단계로 당장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판정이다
C3, C6, D, E는 전문의에게 재검을 받아야 한다
F는 이미 병을 갖고 있고 치료중인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건강 검진을 통해 E 판정은 제일 최악의 경우이다

헐 ….
뭔 일이래
매년 건강 검진을 받고 있고 지금까지 항상 A 나 B를 받았었는데 갑자기 E 판정이라니 ㅠㅠ
아! 딱 한번 2년 전에 C6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C 6는 급한 건 아니고 약간 의심이 되니 경과를 보면서 반년 안에 전문의 검사를 받아
보라는 소견이다

그때는 (2년 전) 걱정이 앞서서 건강 검진 결과를 받자마자 바로 전문의를 찾아서 검사를
받아 본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아서서 안도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1년 후인 작년에 건강 검진을 때는 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정상 판정을 받았기에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번이 갑자기 E라는 결과를 받고 보니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심도 가고 살짝 어이가 없다
검사 결과서와 함께 건강검진 담당의사의 소개장까지 들어 있으니 심각하긴 심각한가 하는 불안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봤는데 나는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다
어디 하나 아픈 곳도 없고 마음이 걸리는 곳 이 하나도 없다
혹시 정말 내가 아픈 거라면 초기라서 아무 자가 증상이 없는 건가?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걱정이 안 된다
우리 집 자기야에게 농담까지 건넸다
“ 나 드디어 보험금 받을 수 있는 건가?”라고 …
검사 결과지를 받고 어제 바로 병원에 예약을 했다
지금 난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엄청 무지 바쁜데 그리고 하루 이틀 만에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모냐 도냐 정확한 결과를 빨리 알고 싶어서 그래야 혹 내가 아픈 거라면 치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빨리 하고 싶어서 이런 일로 길게 끌고 싶지 않아서 …
예약 전화를 했더니 종합 병원이라 붐빌 테고 또 느려 터진 일본의 행정 특성상 며칠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다음날로 예약이 된다고 하고  다행스럽게도 수요일은 내가 비번이라 오늘 병원에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바쁜 게 오히려 타이밍이 좋았다
제일 바쁜 23, 24, 25 일 근무를 위해 오늘은 쉬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가 하루만  늦게 나왔어도 26일까지는 병원에 갈 수가 없었을 텐데 죽여주는
타이밍이었다
병원 건물보다 훨씬 큰 주차장이 차로 가득가득이었다
주차 공간을 찾으려 2 바퀴나 돌았다
아니
뭔 차가 이렇게 많은 건지 여유 있게 온다고 했는데 예약 시간 10분 전에 겨우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병원 건물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가득가득
다행히 나는 미리 예약을 한 터라 바로 기계로 접수증을 뽑고 바로 진찰실 앞으로 직행
그리고 바로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내 진료 기록과 의사 소개서를 본 전문의 쌤
“ 2년 전에도 의심된다고 해서 재검을 받았었고 그때는 아무 이상 없는 걸로 나왔었죠. 이번에도 이상 소견이 있어서 재검을 받아 보라는 거니 오늘 재 검사를 해 볼게요 “
그렇게 검사를 마쳤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걱정할까 봐 그러시는지 올해가 가기 전 검사 결과가 나오도록 29 일로 예약을 잡겠다는데 옆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이 너무 급해서 혹시 결과가 그날까지 안 나올 수가 있으니 그럼 내년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혹 결과가 안 나오면 전화로 알로 주겠다고 한다

보통은 결과 나오는데 열흘에서 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번에는 연말이라 되도록이면 빨리 결과가 나오도록 해 보겠다는 하지만 결과가 늦게 나오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내 맘 같아선 의사 선생님의 약속대로 올해가 가기 전에 결과를 알고 싶은데 ….

 

걱정하고 있을 우리 집 두 남자에게 검사가 끝나자 마자 바로 연락을 했다

근데 이상하지
난 하나도 걱정이 안 된다
E판정이란 자체가 게다가 소개서까지 써 주며 
검사를 하라는 게 거의 90%는 맞다가 보는 게 맞는데 근데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평화롭다

검사를 마치고 수납을 하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진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거리 두기는 애초에 할 수  없고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세상엔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
막상 병원에 와서 보니 병원 와서 오히려 없던 병도 걸릴 것 같다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나는 1년에 한 번 병원 갈까 말까 하는데 내가 왜 의료 보험료를 이렇게 비싸게 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병원과는 무연으로 살아온 게 얼마나 고맙고 복 받은 일이었는지 새삼 깨닫는 날이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하지만 가능성은 엄청 무지 많지만 그래도 미리 걱정을 안 하고 싶다
혹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친들 왜 내가 라며 원망을 한들 결과는 바뀌지 않으니까
그것 또한 내 인생인 것을 ….

검사를 마치고 집에 오니 배가 고프다
집에서 오후 내내 엄청 먹었다
진짜 아무 걱정이 없이 엄청 먹어 댄 건지
아님 걱정 안 한다고 하면서 나름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아 엄청 먹어댄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저녁엔 요가도 다녀왔다
그리고 내일부터 엄청 무지 바빠져서 내가 이픈가 어쩐가 걱정할 여유도 없을 것 같아
오히려 지금 바쁜 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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