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나 보고 통큰 여자란다

우리집 자기야랑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마트에 들어서자 마자 입구쪽엔 과일 코너다

사과를 살까해서 과일 코너를 기웃거리는데 

사과보다 먼제 눈에 띈게 수박이다 

아니 벌써 수박이 ..

세상에 많고 많은 과일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사과와 수박

이 두 과일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매일 매일 먹고 싶을정도로 좋아하는 과일이다 

사과를 사러 왔지만 사과는 계속 먹어 왔었고 

수박은 작년 여름이후 처음이니  내 눈이 가는건 당연히 수박이지 .

 자기야 수박 나왔네. 오늘은 수박사자 

 너무 이른거 아냐?

철이 아닌데 맛있을까?

 구마모토산이야 게다가 당도가 10이래 

분명 맛있을꺼야 

우리집 자기야가  선뜻 수박 사는걸 망설이는 이유는 

내가 사고자 하는 수박이  

잘라서 파는 조각 수박이 아닌 한통 통째로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른 수박이라 가격이 그리 착하진 않았다 

그리 크지 않은데 2만원정도 

내가 처음에  일본에 와서 살게 되었을때 

마트에 가서 수박 파는걸 보고 기가 막혔었다 

한국에선 당연히 수박은 통으로 사다 먹었었는데 

지금은 한국도 잘라서 파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국에 살았던 1990년대후반은 당연히 수박은 한통으로 사다 먹던 시절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수박을 잘라서 판다는걸 듣도 보도 못한 나로썬 

정말 충격이었다 

수박 한통을 4등분으로 잘라서 랩을 씌워서 파는데 

4등분짜리 가격이 꽤 비쌌던 기억 

한통을 파는걸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로 

죄다 잘라서 팔았었었고 또 4등분으로 자른 수박이 왜 그리 비싼지 ...

내 생각으론  

아무래도 동경 도심부는 1인 가족을 비롯한  핵가족이 많다보니 

통으로 사는 사람이 적다는게 그 첫번째 이유고 

일본은 한국처럼 대형 냉장고보다는 중형이하 

소형 냉장고를 선호하니 수박 한통이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는게 

그 두번째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 동경 변두리로 나와 살다보니  한통 수박을 파는게 아닌가 

난 당연히 통으로 수박을 사다 먹는다 

그것도 항상 제일 큰 싸이즈인 L싸이즈로 ...

일본인 지인들은 내가  자른 수박이 아닌 

통 수박을 사는걸 보면 다들 놀란다 

"아니 그걸 다 먹을수 있어?"

" 그 큰게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있어?"

" 지난주에 통으로 사지 않았나? 근데 또 사? 그것도 통으로?"

" 우와 미짱 진짜 통 크다 "

수박 한통이 얼마나 된다고 이 난리들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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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한통을 반으로 자르고 

그 반을 또 반으로 자르고 4등분한 수박을 

하루에 한등분씩 4일이면 없어지는데 이걸 왜 못 먹지?

내 일본인 지인들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내가 매년 수박철이 되면 일주일에 한통씩 수박을 산다는걸 ..

한 해에 수박을 적게는 일곱 여덟개를 

많게는 열통 이상을 먹는다는걸 알면 하나같이 놀란다 

오죽하면 내 친한 이웃 사촌인 옆집 가즈짱이랑 유미짱은 

여름이 되면 가끔 수박 반통을 

들고 우리집 초인종을 누른다 

수박 한통이 들어 왔는데 자기 가족들은 한 통을 다 못 먹으니

미짱은 수박을 좋아하니까 반 잘라서 가져 왔다고 ..

가즈짱은 4인 가족 유미짱은 6인가족인데 

수박 한통을 왜 못 먹는다는건지 ...

그래서 나의 일본인 친구들 사이에선 

나는 일명 통큰 여자로 통한다 

수박을 통으로 사는 통 큰 여자란다 

우리집은 나만 수박을 좋아하는게 아니다 

우리집 자기야도 히로도 다들 수박을 좋아한다 

수박은 통으로 사는게 당연하거 아닌가?

아무리 일본에 오래 살아도 익숙해 지지 않는것 

바로 자른 수박을 사는 일이다 

내 사전에 자른 수박을 산다는건 절대 있을수 없다 

어쨌든 난 일본에서는 수박을 통으로 사는 

통 큰 여자로 통한다 

올해는 과연  나는 몇통의 수박을 사게 될까?

오래간만에 수박을 먹어서인지 달고 시원하고 

너무 너무 맛있고 행복했다 

내 일본인 지인들은 모른다 

수박 한통을 사는 통 큰 여자가라 생각하는 미짱이 

사실은 수박 한통이 주는  작은 행복에 만족할줄 아는 

의외로 통이 작은 여자란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