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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

21년을 한국 떠나 살았다

by 동경 미짱 2019.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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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 쉬는 날이다 

올해가 가기전에 만나야 할 사람도 많은데 

약속을 잡을까 망설이다가  관뒀다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 안에  해 치워야 할 일이 있어서 ..

사실은 1월 말까지 하면 되는 일이지만 

할일은 미루지 않고 해 치워야 하는 성격인지라

그냥 12월이 가기전에 해 치울 생각에서다 


아침에 일어나 우리집 두 남자 밥 먹이고 

도시락 챙겨 보내고 빨래를 해서 

마당에 나가 널고 나니  따뜻하게 켜둔 핫카펫트가 

나를 유혹한다 

당장 핫카펫트 위에 누우라고 ...

자다가 일어나 먹고 자다가 일어나 먹고를 반복하며 

하루종일  뒹굴 뒹굴 지친 심신을 쉬어주라고 ..

그런데 맘 먹은것 안 하면 그 일을 해치울때까지 

찜찜한 성격이니 어쩔수 없다 

따뜻하게 데펴진 핫카펫트의  유혹을 뿌리치고 

아침밥 챙겨 먹기 



빵 두개 사라다 한접시 



그리고 밀크티 한잔으로 아침을 챙겨먹었다 

우리집 마당엔 지금 석류나무 낙엽이 소복히 쌓였다 

쓸쓸한 겨울 마당 

하지만 첫번째 사진을 보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이비가 겨울같지가 않다 

아이비는 사시사철 푸르른 잎이라  그래서 좋다 



창 밖에 보이는 아이비랑 

생활감 팍팍 풍겨오는 널어 논 빨래를 배경으로 

살짝 비쳐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혼자서 먹는 아침 ! 



먹고 나니 점점 엉덩이가 무거워 진다 

따뜻한 카펫트가 빨리 누우라고 

아주 강렬한 유혹을 하지만 용감하게 뿌리치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 출입국 사무소 

얼마전 중요한 엽서라며 엽서가 한장 날라왔다 

재류카드 기간이  2달 남았다고 연장 하라고 ..

2달이나 남았지만 해가 바뀌기 전에 해 치워 버려야 할것 같아서 

오늘로 날을 잡았다 


사진 찍고 서류 작성을 하고 접수를 하고  30분 만에 일이 끝났다 

새로 받아 든 재류카드를 보니 

1998년 일본에 왔다 

남들보다 조금 빠른 5년만인 2003년 영주권을 받았다 

예전엔 일본에선 외국인 등록증이라는 이름의 카드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재류카드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재류카드를 가지고 있다 

2026년까지 앞으로 7년은 새로 발급 받은 

이 재류카드가 내 외국인 신분을 대신하게 된다 

7년후 나는 오늘처럼 일본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재류카드 연장을 위해 출입국 사무소로 향하고 있겠지 ..


평소에 생활할땐 잘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이렇게 재류카드를 받아 들고 보니 

내가  21년을 일본에서 살고 있구나 ..

내가 이 나라에서 참 오래도 살고 있구나 싶다 

한국을 너무 오래 떨어져 살다보니 정작 내 국적은 한국이고 

나는 한국임에도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는구나 싶다 

시사나 정치 경제같은 것들 

뉴스나 인터넷으로 접하니 크게 문제 될것이 없는데 

한국사회의 실생활면에서 정말 너무 모르는게 많다는걸 느낀다 

내 머리속엔 21년전 한국 사회 그대로 멈춰져 있는것 같다 

일본 오기전 마지막에 살았던 곳은 서울 원효로3가 ..

옆집 할머니가 가끔 우리집 문을 두드리셨다 

김치 만들었다고 먹어 보라며 김치를 나눠 주시곤 했었다 

내가 일본 온다고 회사를 그만 둔다고 했을때 

회사 빌딩 경비 아저씨가 눈물을 훔치시며 가서 

잘 살아라고 하셨는데 ...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마치 오래된 드라마에서나 나올듯한 생활들 ..

내 기억속의 한국 이웃들은 그랬었다 

요즘 한국에 갈때마다 내가 느끼는건 

1년에 두어번 한국 가는 내가 따라 가기엔 너무 빠른 

한국의 변화하는 모습이다 

한국 사람이지만 급변하는 한국모습이 너무 낯설다 

인정 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에 가면 난 한국말 할 줄 아는 외국인 같다고 느낄때가 있다 

지난달 우리집 자기야랑 한국에 갔을때 

우리집 자기야가 나에게 

 자기야 내가 아는것 말고 늘 먹는것 말고 

도 맛있는거 뭐 없어?

내가 아는 건 자기가 다 알지 

나도 어디가 맛있는지 잘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어디 좋은데 갈 만한데 없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자기랑 똑 같아 내가 한국 떠나 산게 몇년인데 ..


한국말을 할줄 아는 일본인인 우리집 자기야랑 

21년을 한국을 떠나 살고 있는 자기야랑 

똑 같더라는 ..

자기야랑 나나 그냥 한국말 할줄 아는 외국인이라는 ...


급변하는 한국 사회가 좋으면서도 

가끔은 더 이상 변하지 말았으면 

예전게 더 좋은 것들도 있는데 넘 바꼈다는 아쉬움

이 두가지가 내 맘 속에 공존하고 있다 


처음 한국을 떠나올때 우리집 자기여랑 한 약속이 있다 

나중에 한국 나가 살자고 ..

그런데 요즘은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한국가면 잘 살수 있을까?

그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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