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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포기 김치를 담글수 있는 그대는 진정한 주부

by 동경 미짱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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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블로그 글의 첫 서두가 "코로나 때문에 " 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요즘 같은데 코로나 관련 일들이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이 된 것 같다 

어쨌든 오늘도 코로나 때문에로 글을 시작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딴 거는 몰라도 고추가루랑 고추장 

그리고 건인삼(삼계탕 용)이랑 대추는 꼭 한국에서 사 가지고  오는데 

코로나 때문에 1년이상 한국에 가지를 못하고 있다 보니 고추장도 다 떨어지고 고춧가루도 떨어지고...

요즘에 워낙 한국 요리가 일본에서 인기이다 보니

물론 집에서 가까운 일본 마트에서도 김치용 고춧가루를 살 수는 있지만 

100이면 100 중국산이라서 고춧가루는 반드시 한국에서 가지고 와서 먹는데 그 고춧가루가 떨어졌다 

겨울엔 김치도 김치지만 김치찌개도 먹고 싶은데 고춧가루가 없으니 만들수도 없고 

그래서 12월 초 김치 10킬로를 주문해서 먹었었다 

주문한 김치도 다 떨어지고 해서  겸사겸사

 지난번 오래간만에 신오쿠보의 한인타운에 가서 고춧가루를 사 들고 왔었다 

그리고 주말에 드디어 김치를 담갔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양념을 만들어 두었다 

 

내가 담그는 김치는 당연히 막 잘라서 담그는 막김치  

나에게 있어서 포기김치는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일단 내가 일본으로 오기 전 단 한 번도 김치를 담가 보지 않았던 완전 초짜 요

무늬만 주부인 불량주부였던 게 제일 큰 이유다 

지금이야 워낙  김치를 비롯해 한국 음식이 일본에서 인기가 있어서 

쉽게 사 먹을 수도 있고 어딜가도 한국 음식과 김치는 흔히 먹을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지만 

내가 일본에 왔던 23년 전에는 그렇지도 않았다

그때도 일본 마트에 김치를 팔기는 했지만 

겉보기엔 김치지만 그 맛은 일본인 입에 맞춘 한국의 김치가 아닌 일본의 기무치였기에 

내 입 맛엔 전혀 맞지 않았었고 한인 마트에서 사다 먹기엔 너무 비쌌기 때문에 

아쉬우면 직접 담가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김치를 단 한 번도 담가 보지 못한 여자였지만 

그래도 엄마 어깨 너머로 본 것은 있어서 흉내는 낼 수 있었는데 

그것도 어디 까지나 막 잘라서 담그는 막김치에 한해서였다 

 

   ,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흘러 주부 23년 차이지만 아직도

내가 포기김치를 담그지 못하는 핑계를 대자면 

첫째. 배추가 싱겁고 맛이 없다 

 한국 배추는 속을 자르면 노르스름한 게 그냥 생으로 쌈장에 찍어 먹어도 고소하고 맛있는데 

일본 배추는 고소한 맛은 없고   수분은 또 엄청 많아서 좀 싱겁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한국 배추에 비해 맛이 없다 

둘째. 절임용 소금이 없다 

 배추는 굵은 절임용 소금으로 절여야 제맛인데 일본은 그런 굵은소금이 없다 

한국의 맛소금처럼 아주 잔 소금이 대부분이라 배추를 절여도 골고루 절여지기가 어렵고 

골고루 절이려고 하다 보면 짜게 될 때가 많다 

물론 한국 마트에 가면 한국의 절임용 소금을 팔긴 하지만 매번 사다가 절이기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 신오쿠보는 꽤 멀어서 소금 사러 나가기엔...

셋째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포기김치는 내가  자신이 없어서 만들 엄두가 안 난다 

 

 

이 세 가지 이유로 항상 내가 담그는 김치는 막 잘라서 담그는 막김치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단 한 번도 김치를 담가 보지 못한 내가 하는 핑계인 거고 

내가 아는 일본에 사는 한국 언니들 중에는 내가 위에서 언급한 

맛 없고 수분 많은 일본 배추로도 아주 맛있게 포기김치를 담가 먹는 한국 언니들이 있다 

어쩌면 똑같은 일본 배추인데 그렇게 맛있게 포기김치를 담글수 있는지  참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내가 할 말이 없다 

포기 김치를 맛있게 잘 담그는 그대는 진정한 프로 주부! 인정!

 

뭐니 뭐니 해도 내 기준  김치는 역시 포기김치인 것 같다 

담아서 금방 먹기엔  막 김치가 먹기 좋을지 모르겠지만 

포기김치가 잘 익으면서 나오는 그 깊은 맛은 절대로 막 김치로는 낼 수 없는 맛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불량주부인 내 수준에 이런 막김치를 담가 먹고 사는 것도 대단하다고 스스로 자찬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내 인생에 포기 김치란 없다 를 외치며 ㅎㅎ

김치를 담그면 나는 제일 먼저 우리 집 자기야에게 맛을 봐 달라며 

한입 넣어준다 

김치 먹을 사람은 나랑 우리집 자기야이니 자기야 입에 맞으면 그걸로 OK다 

 

:  어때 소금 간 된 것 같아?

       내 입엔 좀 싱거운 것 같은데..

우리 집 자기야 :  아니 괜찮은데 소금 더 안 넣어도 될 것 같아 

                      한 3, 4일 지나면 맛있을 것 같은데

 

 

김치 한통을 담아 놓고 나니 맘이 부자가 된 것 같다 

잘 익혀서 부대찌개 끓여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겁다 

주부 23년차이지만 아직 포기 김치도 못 담그는 여자인지라 

포기김치를 담글 수 있는 언니야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나는 아예 포기한 포기김치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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