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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우리집 두 남자의 요리

아들은 100점 남편은 0점

by 동경 미짱 202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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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늦게 먹어서인지 저녁 생각이 별로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자택근 중인 우리 집 자기야는 완전 자택 근무가 아닌 

주 2일 정도는 출근을 하고 나머지는 자택근무를 하고 있다 

월요일인 오늘은 출근을 했기에 퇴근하고 올려면 아직 시간은 있고 해서 

저녁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엄마를 보니 밥 하기 싫어하는 게 히로 눈에 보였나 보다 

오늘은 히로가 만들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조금만 도와 달라고 했다 

평소엔 히로가 뭔가를 만들때 엄마가 부엌에 들어오는걸 히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엄마가 간섭하는 게 싫어서다 

그냥 조금 서틀러도 자기 방식대로 만들고 싶어서다 

그런 히로가  엄마에게 도와 달라고 한 것 새우 손질이었다 

새우 손질 정도는 히로도 할수 있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해  달라고 한 것이다

새우 껍질을 벗기고 있는 나에게 껍질이랑 꼬리도 버리지 말고  씻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 두었다 

 

: 새우 껍질로 뭐 하게?

히로 : 스파게티 만들건데 껍질을 화이트 와인을 넣고 맛을 낼 거야 

 

히로가 스파게티를 만들겠다고 준비한 재료들이다 

내가 껍질을 벗겨 준 새우랑  마늘 두쪽, 화이트 와인이랑 토마토캔 그리고 올리브 오일  

히로가 새우를 볶기 시작하자 우리집 자기야에게서 라인이 왔다 

비가 오니 전철 역까지 마중을 와 달라는..

히로가 만드는 과정을 보고 싶었지만 여기서 나는 우리 집 자기야 마중하기 위해

퇴장! 

 

전철역까지  차로 가서 우리 집 자기야 픽업해서 집에 막 들어서는데 

히로 : 엄마 파슬리는 없지?

: 마당에 있어.  뜯어다 줄까?

히로 : 마당에 파슬리가 있어?

: 우리 집엔 없는거 빼고 다 있어 ㅋㅋㅋ

 

겨울인데도 우리집 마당엔 작년에 심어둔 파슬리가 아직도 살아 있다 

겨울이라 자라지 못해서 빈약하지만 그래도 파릇파릇 신선한 파슬리를 언제든 뜯어먹을 수가 있다 

나 : 근데 히로야  겨울이라 조금밖에 없는데 괜찮아?

히로 : 장식용으로 쓸 거니까 조금만 있어도 괜찮아 

 

 

만 18살 울 아들이 만든 새우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마당에서 뜯어온 파슬리가 살짝 장식으로 올려져 있다 

요리를 배운 적 없는 18살 사내 녀석이 뚝딱 만들어 낸 것치곤 

모양도 그 맛도 꽤 괜찮다

난 히로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학 가지 말고 요리 학원 가면  어떻겠냐고 몇 번인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히로는 요리는 취미라고 

자기가 먹고 싶은 것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정도니까 요리가 즐겁지 

그걸 직업으로 가지면  즐겁게 요리를 할 수 없어서 싫단다 

요리를 제대로 배우면  제대로 할 것 같은데 본인이 싫다니...

 

히로가 테이블 세팅을 하는 동안 우리 집 자기야는 언제나 그렇듯 

음악을 골라 틀기 시작했다 

스피커로 음악이 흘러나오고 멋진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집 식탁에서 아들 녀석이 차린 스파게티를 맛나게 먹는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영 거슬린다 

메뉴에 맞게 잔잔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이면 좋았을 텐데 이건 뭐 당장이라도 러닝 머신 위를 

달려야만 할 것 같은 빠르고 경쾌한 조금 시끄러운 음악들..

: 그런데 자기야 오늘 음악 선정이 영 아니다.

자기야 : 영화 음악을 선정했는데 그러네..

: 이건 헬스장에서 흘러나오는 그 음악이잖아 

디너로 스파게티를 먹을 때 듣는 음악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달려야 할 것 같은데..

히로는 어때?

히로 : 뭐 집에서 우리끼리니까 괜찮은데 까노리노(우리가 자주 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이런 음악이 나오면 용서가 안 될 것 같아 

자기야 : 그럼 재즈로 틀까?

: 커피 마실 땐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 잘도 고르더니  근데 이건 아니야   

 

 

평소엔 저녁에 항상 잔잔하니 좋은 음악들 잘도 틀어 놓는데 오늘따라

왜 하필 분위기에 맞지 않게 시리...

오늘의 아들 음식은 100점이고 남편의 음악 선정 점수는 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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