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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우리집은 화병이 없다

by 동경 미짱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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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 위치한 우리 집 마당은 봄가을 겨울은 더없이 좋지만 여름은 거의 하루 온종일 햇볕이 쨍쨍해서 되도록이면 한 낮엔 마당에 나가지 않으려 하고 있다
빨래를 걷으러 나가는 짧은 5분여의 시간이 무섭다
나무 더워서 ㅎㅎㅎ
한여름 대 낮의 마당의 너무나 위험해 ㅠㅠㅠ
너무 더워서 …
그래서
해가 지고나서 저녁에서야 마당에 나가 한 낮 동안 더위에 힘들었을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분명 제일 많은 꽃이 피는 여름이지만 언제 폈는지 모르고 있다가 지고 있는 꽃을 보게 되기도 한다
요즘은 백합이 그렇다
이쁘게 피었을 하얀 백합음 보지도 못했는데 꽃이 지고 말라 가는 백합 발견!
넌 도대체 언제 피었던 거니 …



나는 꽃꽂이나 꽃다발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꺾어진 꽃이 말라 가는 걸 보는 게 싫어서다
그래서 기념일 같은 때 꽃다발을 받는 것보다 화분으로 받는걸 더 좋아한다
이쁜 꽃다발이 그리고 멋지게 꽃꽂이를 해 둔 꽃들이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걸 보면 썩 마음이 좋지가 않아서다
물론 꺽지 않아도 땅에 그리고 화분에 심어져 있는 꽃들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 가지만 ….
마당에 피고 있는 꽃들은 더위 핑계로 충분히 이뻐해 주기 어려운 요즘
꽃을 꺾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나란 여자가 모순이지만 꽃을 꺾고 있다 ㅠㅠ

마당에 핀 꽃을 몇 개 꺾어다가 집 안으로 들였다
꽃을 꺾기 싫다고 하고선 …
매일매일 물을 갈아주며 하루라도 더 이쁘게 살아라 말도 걸어 주면서 꺾은 게 미안해서 그 보상으로 더 많이 이뻐해 주고 있다

해가 지고 조금 선선해지는 저녁에 마당에 나가서
절대 많이는 안 꺾고 서너 송이만 꺾어다가 집 안으로 들인다

미안한 마음에 한번 더 쳐다 봐 주곤 한다

그래서 우리 집인 화분은 집 안에 더 집 밖인 마당에도 셀 수 없이 많은데 화병은 없다
미니 꽃꽂이를 한 이건 화병이 아니라 반찬 그릇 ㅎㅎ
자칭 꽃을 좋아하는 여자라면서 화병은 하나도 없다


별 중요하지 않는 여담 한 가지!

화병 하나도 없다는 나란 여자
한국에 살 때는 꽃꽂이를 배우러 다녔었고 꽃꽂이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25년 전 이야기지만 …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강남 고속 터미널에 커다란 꽃 시장이 있었는데
매주 강남 고속터미널의 꽃 시장에 가서 꽃을 사다가 꽃꽂이를 했었다
그때도 꽃꽂이는 내가 좋아서 했던 건 아니고 한국에서 비서일을 했었기에 회장님 실과 부회장님 실에 꽃꽂이를 하고 비서실에 있는 많은 난 화분도 돌 보고 했었다
비서실에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비서도 있었지만 꽃꽂이는 자기 성격에 안 맞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꽃꽂이는 내가 떠맡았었다
꽃꽂이 자격증을 따고 매주 꽃을 사다가 꽃을 꽂던 내가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꽃을 키우다 보니 이젠 꽃꽂이가 싫어졌다
그 어떤 이쁜 꽃꽂이 보다 마당에서 뿌리를 내리고 계절 따라 피어나는 꽃들이 훨씬 더 이뻐 보여서 …
나란 여자 예전엔 우아하게 (?? 여기서 왜 우아가 나옴는지 말입니다..ㅋㅋ) 꽃꽂이를 하던 여자다 ㅎㅎ
근데 솔직히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
벌써 25년 전 이야기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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