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얼고 온 세상이 서리로 뒤덮여 겨울 왕국을 연상케 했던 10월의 카미코우치는
10시쯤 되고 나니 떠오르는 찬란한 햇살에 또 다른 모습..
높은 하늘 따사로운 햇살 전형적인 가을 날씨




본격적인 하이킹을 시작했다
짧게는 4시간에서 반나절 길게는 하루코스까지 일정을 잡을 수 있다
내가 정한 코스는 반나절 코스
높은 곳에 위치한 곳이지만 하이킹 코스는 오르막길은 거의 없는 평지라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스니커즈 정도면 충분히 하이킹을 즐길수 있다



언제 내린 눈인지 저 멀리 산 정상에는 눈이..
후지산 만년설이라고들 하는데 올여름은 얼마나 더웠는지 후지산 정상에도 눈이
남아 있지 않았는데 어째 여기는 눈이 남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단풍 또한 피크!
내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보진 못했지만
내가 아는 곳 중에서 이 카미고우지는 단연 최고의 하이킹 코스다

걷다 보면 여기저기 절경 포인트가 나오지만 굳이 절경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발길 닳는 곳 눈길 닿는 곳 어느 한 곳도 버릴 게 없다

여기 보아도 좋고 저기 보아도 좋고
걷는 게 귀찮아 짧은 코스로 선회할까 하는 아예 들지 않는다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냥 걷는게 너무 좋아지에 되는 곳이랄까 --


나 홀로 걷는 길이지만 혼자란 게 전혀 외롭지 않는
아니 혼자라서 온전히 이 풍경을 다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하이킹

나란 여자
사람 좋아하고 말하는 거 좋아하는 여자인데
하루종일 누구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걷는 이 길이 왜 이리 좋은지..

겨우 50대에 나이 나이 하는 것 같지만 역시 나이 탓일까
예전엔 혼자가 싫었는데 요즘엔 가끔 이런 혼자만의 시간이 좋게 느껴진다

너무나도 맑은 흐르는 강물 위에 걸쳐진 커다란 나무
이 나무를 딱 보는 순간 떠 오르는 게 있었으니
나의 빛나던 청춘시절에 보았던 영화 더티댄싱이 생각났다
이런 통나무 위에서 남자 주인공인 패트릭 스웨이지가 여주에게 댄싱을 가르쳐 주던 그 장면이...
그 시절 더티댄싱을 보고 패트릭 스웨이지에 푹 빠졌었더랬는데
근데 지금은 고인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냥 이 길을 무작정 걷기만 하는데 왜 이리 마음이 차분해지는지 모르겠다
분노하고 화를 내고 아등바등거리는 게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겸허 해 지게 하는
자연의 위대함!

계획하지 않고 이렇게 훌쩍 떠나는 것
꽤 괜찮다
첫날
카미코우지 하이킹을 하다 보니 2만 4 천보나 걸었다
쉬려고 훌쩍 떠난 여행이 휴식이 아닌 극기 훈련을 받은 것 같다
음.. 글쎄다 정신적인 휴식은 최고로 힐링이 된 것 같다

올라갈 때 보았던 그림을 그리시는 할아버지
3시간이 지났는데 그 자리 그대로다
내가 일본에 와서 느낀 게 일본은 공원 같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시는 어르신들이 꽤 많다
이런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음악과 미술에 재능 꽝인 나에겐 이런 어르신들의 재능이 너무 부럽고 또 너무 멋있으시다
나의 그림 실력으론 감히 나도 노년엔 저런 모습이고 싶다고 말도 꺼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내가 아는 분들 중에 저런 분이 계신다
다음 블로그 때부터 응원해 주셨던 리사 님
울 모 꼬짱 그림을 정말 멋지게 그려 주셨는데..
이런 멋진 풍경을 배경 삼아 그림을 그리시는 어르신을 보니 리사 님도 이런 멋진 분이셨다는 게
새삼 떠 오르고 뜬금없지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나도 이 사진의 어르신처럼 그리고 리사 님처럼 멋진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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