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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쉬운 길 두고 어려운 길로 가는 나의 여행 스타일

by 동경 미짱 2023.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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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호텔에서 늦잠을 잔다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닌데 난 괜스레 부지런을 떤다 

부지런을 떤다기보다 습관이다 

평소에 아침이 이른 나로썬 5시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조금 더 자도 되니까 더 자자 싶어서 눈을 감아도 절대 7시를 넘기지 못한다 

역시나 눈을 뜨니 6시 

이불속에서 뒹굴어 봐야 뭐하나 싶어서 결국 이불을 박차고 나와 호숫가 주변 산책을 나섰다 

노란 은행 잎 카펫이 아름답다 

아름다움과 더불어 지독한 똥 냄새 ㅎㅎㅎ

은행 특유의 똥 냄새를 보아하니 저 노란  잎 사이사이 은행들이 가득하겠지

역시나 은행들이 셀 수 없이 뒹굴고 있다 

아줌마 본성이 꿈틀 거린다 

주워? 말어?

결국 말기로 했다 

내가 힐링하러 여행 와서 은행이나 주워야겠나 싶어서 ㅋㅋ

 

부지런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호수 주변 산책을 마쳐도 8시 전이다 

이번 여행도 호텔에선 식사를 주문하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메뉴를 먹는것도 구속인것 같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 먹는 것 또한 나 홀로 여행의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온천 여관에서 아침을 먹지 않으니 체크아웃하기 전  시간이 여유롭다 

그래서 호숫가 바로  앞에 있는 산에서 보는 후지산이 절경이라 하길래  가 보기로 했다 

로프웨이 타는 곳에 가 보니 이런 이런 9시부터 운행을 한단다 

이제 겨우 8시인데....

산책로로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단다 

로프웨이를  타면  단돈 500엔에 3분이면 도착한다는데 걸어 올라가면 30분이 걸린단다 

편하게 3분이냐 아님 30분을 산을 탈것인가....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3분의 편함이 너무나 유혹적이긴 하지만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차라리 걷고 말자!

너무나 간단한 선택이었다 

패기 있게 출발한 산행길 

하하하 높다 

30분이란  짧은 선행이지만 꽤 가파르고 무엇보다 아무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없다 

나 말고는...

며칠 전에도 근처에서 곰이 목격되었다는데..

오르다 보니 역시 오르길 잘했다 싶다 

불어오는 바람도 좋고 가끔 들려오는 산새의 지저귐도 좋고 울 긋 불긋 물든 나뭇잎들이 좋다 

이 산책길은 아지사이(수국) 길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이 걸맞게 주변에 수국이 가득했다 

수국이 제철인 여름에 이 길을 오르면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운 여름날 이 산길을 오르려면 엄청 고생스럽겠지만..

11월인데도 수국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얘네들이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11월에 수국 꽃을 보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이 길을 30분 동안 오르는 동안 딱 두 사람 만났다 

백인 여자 두 명이 얼마나 일찍 올라갔다 오는지 벌써 내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 

후지산이 절경이라는데 구름이 잔뜩 껴서 후지산 꼭대기만 살짝 보인다 

이 공원의 명물이라는 그네.

그네를 타며 후지산을 바라보면 정말 멋지겠다 싶은데 그네는 아직 영업 전이고 (3분에 500엔이란다)

후지산은 구름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고..

날은 너무 좋은데 그래서 호수 쪽은 이리도 잘 보이는데 

높은 후지산은 구름 속에 숨어 버렸다 

나 홀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드디어 로프웨이가 운행을 시작했는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들리는 소리는 80%가 중국어 ( 중국인지 홍콩 인지 대만인지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전부 중국어로 들린다)

요즘 중국 여행객들이 부쩍 늘었다는 걸 느낀다 

지난달 여행에서도 그랬고 이번 여행에서 그랬고 한국 사람들도 많이들 온다는데 아주 소수 안 것 같다 

잘은 몰라도 한국 사람들은 동경이나 오사카 같은 도시 중심이나 

교토나  후쿠오카 삿포로 같은 곳을  선호해서인 것 같다

개인 여행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중국은  단체 여행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단체로 다니다 보니 어딜 가나 중국인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서서히 후지산을 얼굴을 내 비쳐 주었다 

후지산은 정말 복불 복이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구름이 있으면 볼 수가 없고 

그날그날 아니 시간 시간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바로 후지산이다 

후지산 절경 포인트에 갔는데 멋진 후지산을 봤다!

이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다 

이날 또한 올라갔다 바로 내려왔다면 볼 수 없었을 후지산의 모습이지만

30분 정도 머물다 보니 구름이 걷힌 후지산을 볼 수가 있었다 

내려오는 길 

다시 구름으로 후지산은 모습을 감추었다 

올라 욌으니 다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 로프 웨이를 타면 3분이라는데 나는 걷기로 했다 

로프웨이를 탈 것인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오를 때는 조금 힘들긴 했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기에 또다시 그 길을 걸어 보고 싶었기에 

나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내려오는 길 이번엔 3명의 사람을 만났다 

백인 남자 3명!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오를 때 2명 내려올 때 만나 3명이 전부 외국인! 

걷는 게 익숙해서일까? 

자연 속에서의 아침 산행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행히 곰을 만나는 일은 없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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