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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90을 바라보는 고모의 집밥

by 동경 미짱 202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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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갈 때마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우리 집 제일 큰 어른인 아버지의 누나 바로 큰 고모님 댁에 인사를 가는 일이다
아무리 일정이 짧아도 아무리 바빠도 큰 고모에게는  반드시 인사를 드리러 간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깐이라도 미루는 것 같으면 우리 아버지의 은근한 압박이 느껴진다
”고모집엔 언제 갈래“ 라며 …
이번에는 서울 일이 급했기에 먼저 서울을 다녀왔고 서울에서 내려오자마자 큰 고모님 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삼촌네랑 작은 고모네는 아버지 보다 손 아래라서 아버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시는데 큰 고모네 경우는 아버지 보다 누나이다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우리 집 제일 어른이시다 보니 우리 아버지는 큰 고모네는 반드시 내가 가서 인사를 드려야 된다고 생각을 하신다
큰 고모는 어느새 90을 바라보고 계신다
해마다 한국에 갈 때마다 고모님 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데 갈 때마다 일부러 밥때를 피해서 가곤 했다
울 고모는 손도 크시고 음식도 너무너무 잘하시는데
연세가 연세인만큼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 일부러 밥을 먹고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고모가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고모님 집에서 밥을 먹고 가라고 강하게 말씀을 하셨다
내가 언제 너 밥 한번 해 먹이겠냐고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거라는 말씀에 못 이기는 척 90을 바라보는 고모가 차려 주신 한 끼 밥을 먹기로 했다

아침에 전화드리고 저녁에 갑자기 찾아갔는데도 세상에나 우리 고모 연세가 드셔도 손이 크시고 깔끔하니 음식 잘하시던 그 솜씨는 변함이 없으시다

안 아픈 데가 없다고 하시면서도 간단하게 밥이랑 국만 끓이면 되실 텐데 정말 상다리가 휠 정도로 차려주셨다
가벼운 치매 증상을 앓고 계시는 큰 고모부가  세상에나 히로를 알아보셨다
누군지 알겠느냐 고 했더니 히로 아니냐고 지금 대학생이냐고 하시는데 순간 울컥했다
세상 누구보다 크시고 세상 누구보다도 똑똑하셨던 큰 산이었던 큰 고모부도 세월이라는 큰 장벽을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큰 고모 특기가 나왔다
더 먹어라 많이 먹어라. 이것도 먹어라. 저것도 먹어라. ㅎㅎㅎ
이미 충분히 먹어 배가 불렀지만 이것도 저것도 하시는 큰 고모를 위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고모 이것도 맛있어요. 저것도 맛있어요 하면서 …
고모는 잘 먹으니 좋다고 하셨다
예전에는 정말 우리 집에 큰 기둥이요 큰 산이었던 큰 고모부랑 고모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
당신 끼니 챙겨 드시는 것도 귀찮고 힘든다고 하시면서도
조카 밥 한 끼 챙겨 주시겠다고 열심히 준비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보다는 괜히 마음이 짠하고 울컥거린다
내가 고모에게 밥을 차려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챙김을 받으니 죄송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고모부 고모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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