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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밖에서 먹기

친정이 있는 행복한 여자

by 동경 미짱 2019.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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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좋아하는 26년지기 한국 언니랑 

공원에서 이쁜 꽃도 보고 시원한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리는 나뭇잎과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을 들으며 

모처럼 힐링을 시간을 가진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본능적인 배꼽 시계의 알림에 따라 

맛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마침 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는곳에 

빵이 맛있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메뉴를 주문하고 나니 바로 금방 구워 낸 따끈한 빵을 날라다 준다 



베이커리 레스토랑이다 

유리창 너머로 빵 공방의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곳에서 

갓 구워낸 여러 종류 빵들을 쉴 새 없이 테이블로 날라도 준다 

이건 무슨 무슨 빵이라는 설명과 함께...

갓 구워 낸 빵이 안 맛있을수가 없다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때까지 언니랑 또 다시 폭풍 수다를 하는데 

우리 테이블로 서빙되어 온 접시 

첫 접시를 가져다 주고는 바로 영수증을 올려다 준다 

응?? 일본은 마지막 요리가 나온후 

" 주문한 음식이 다 나왔나요" 라고

 물어 본후  마지막에 영수증을 가져다 주는데 

뭐지? 싶었다 

그리고 서빙되어져 온 접시를 보니 누가 보아도 메인??

 어? 이거 아닌데 ...

우리는 코스를 주문했는데 스프도 사라다도 안 나왔는데 

바로 메인 요리??


언니가 맛있겠다며 포크를 집어 든 순간 


 언니 잠깐만 .. 이거 우리것 아닌것 같아 

우린 코스를 주문했는데  아직 스프도 사라다도 안 나왔잖아

그리고 언니랑 나랑 

다른 메뉴를 주문했는데 이건 같은 요리잖아 


그리고 영수증을 들여다 보니 역시나 

우리가 주문한건 런치 코스인데 

영수증엔  단품요리 되어 있었다 

메인요리 한 접시랑  무한리필되는 빵과  음료셋트만 주문한 단품이었다 

게다가 메인 요리도 우리가 주문한 요리가 아니었다 


내가 종업원을 불러 우리게 아닌것 같다고  막  얘기를 하는데 

다른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로 스프를 서빙해 오고  있었다 

아마도 먼저  서빙을 해 온 종업원이 

다른 테이블이랑 착각을 한 모양이다 



이 스프는 우엉으로 만든 우엉 스프 

우엉 스프는  나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지금까지 먹어 본 적이 없다

우엉으로 스프를 만들어?

그런데 너무 맛있다 

입안 가득 은은하게  우엉향이 나는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한 맛의 우엉스프 

어떻게 만들지 ?

진심 우엉 스프의 레시피가 궁금해졌다 

언니랑 나랑 우엉 스프 맛에 빠져  있는데 

서빙을 잘못 해 온 여자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 사과를 하러 왔다

뭐 .. 그럴수도 있지 

난 쿨한 여자니까 ㅎㅎ



 미짱 어머니는 어떠셔? 건강 좋아지셨어?


 응 지난번 수술한 허리는 지금은 괜찮은것 같은데 

이젠 어깨가 아프셔서 병원 다니고 있다고 ㅠㅠㅠ


 어깨는 왜?


 회전근개파열이라고 들어 봤어?

나도 잘 모르는데 그런게 있다네

오십견이랑은 다른데 밤만 되면 너무 아파서 잠도 못 잔다고 ..


그렇다 울 엄마 요새도 매일 매일 병원에 출근 도장을 찍으시고 계시단다 

울 친정 아빠 말씀에 의하면 

 너거 엄마가 진짜 참을성 하나는 인정 해야 되는데 

너무 아파서 밤에 울더라 

너거 엄마가 못 참고 운다는건 진짜 아프다는 거거든 

젊었을때 아끼고 절약해서 모은 돈 

이제 병원에다 다 갖다 주고 있다 

병원에 얼마나 갖다 줬는지 계산이 안될 정도다 


 엄마가 편찮으셔도 엄마가 살아 계신것 만으로 좋은거야 

엄마 돌아가시고 안 계시면 친정이 친정이 아니야 


언니네는 몇년전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친정 어머니가 안 계시니 한국에 가면 여동생 집으로 가게 되고 

아무리 제부가 사람이 좋다고 하더라도 아이 셋까지 데리고 가는 한국 방문이니 

 괜시리 재부 눈치를 보게 되고  

미안하고 해서 한국에 잘 안가게 된다며 

친정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내가 너무 부럽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이 언니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언니들에게도 종종 듣는 말이다 

친정 엄마 돌아 가시고 나면 

친정이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

또 다른 한국 언니는 오빠네 집은 가도 올케 눈치가 보이고 해서

그래도 조금 더 편한 언니네로 가는데 

 처음 몆해는 괜찮지만 몇년 지나다보면 

그것고 눈치가 보여서  몇년째 한국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었다 

가도 맘 편히 있을 곳이 없다고 ..



친정 엄마가 살아계실땐 그래도 매년 얼굴이라도 보여 드려야지 싶어서 

한국에 나갔지만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면 

정말 갈 곳이 없어서 서글프다는 한국 언니들 ..

엄마가 살아 계실때나 친정이고 고향이지 

엄마 돌아 가시고 나니 연줄 끊긴 연 같아서 서글프다는 한국 언니들 ...

형제들은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매년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정도 한국에 있을려면 

보통 눈치가 보이는게 아니라고 한다 

딱히 형제 자매들이 눈치를 주는건 아니지만 

올케나 형부 눈치를 보게 된다고 한다 


하긴 ... 알것도 같다 

내가 1년에 두어번 한국에 가는 이유는 엄마랑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애 방학이나 휴가때마다 한국에 나가야 하니 

해외 여행이나 가족 여행 기회가 그 만큼 줄어든다 

부모님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그깟 해외 여행은 나중에 가면 되지 

그러면서 방학이나 휴가 때면 당연하다는 듯 한국 방문을 하게 된다 



맨날 아프다 하셔서 속상하지만 친정 엄마가 살아 계시고 

그런 친정 엄마 옆에 아버지가 든든하게 지키고 계시니 

그런 친정이 있는 내가 너무 부럽다는 언니 ...


엄마가 매일 병원에 출근 도장을 찍어서 

내 속이 상한것만 생각했었는데 

언니 말을 들으면서 내가 참 행복하구나 새삼 깨닫는다 


나에겐 아직 돌아갈 친정이 있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몇일이건 내가 있고 싶은만큼 

비빌수 있는 친정이 있구나 ...

그게 감사한 일이란걸 난 왜 몰랐을까?


괜시리 언니에게 미안해서 

 언니 오늘 점심은 내가 쏜다 

나 친정 있는 행복한 여자 잖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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