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운동하러 헬스장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마트엘 갔다
다음날 아침에 먹을 빵이라도 살까 싶어서 ..
헬스장 근처의 큰 마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반가운 조개를 발견했다
일본은 섬나라여서 생선을 비롯 해산물은 참으로 풍부한데
그러다 보니 조개만 해도 내가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조개들을 팔고 있는데
그런데 한국에선 너무나 많이 먹었던 이 조개만큼은 일본에서 본 적이 없었다
왜? 일본에선 이 조개가 없을까
정확히 말하면 몇 번인가 본 적이 있긴 하다
코스트코에서 냉동으로 파는 걸 본 적은 있지만
냉동이 아닌 조개를 마트의 수산코너에서 본 적은 일본에서 20년을 넘게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없었다
가끔 레스토랑에서 스페인 요리인 파에리야를 시키면 파에리야에 새우를 비롯 각종 해산물들과 함께
올려져 나오는 걸 보면 아예 안 먹는 건 아닌 것 같은데 ....
파에리야는 일본요리가 아니라 스페인 요리니까 그런건가?
어쨌든 일본 요리에 이 조개를 재료로 쓴 요리는 내가 아는 것 중에는 없다
결론은 역시 일본은 이 조개를 먹지 않는 거 같다
한국에선 생물도 생물이지만 말려서도 팔았던 것 같은데..
일본에서 20을 넘게 살면서 처음 본 조개는 바로
그 조개는 바로 홍합이다
일본에서 냉동이 아닌 생물 홍합을 본 것은 정말 처음이다
한국에서 본 홍합은 굉장히 큰데 이건 한국에서 보던 크기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것들이었다
일본에서는 잘 먹지 않아서인지 한팩 양이 작았기에 두 팩을 사 들고 왔다
한팩 양이 적었고 또 홍합의 크기가 아주 작았기도 해서인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껍질을 벗기고 나니 에게게....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주 아주 양이 적었다
한팩을 더 사 올걸...
내가 홍합을 사 들고 온 이유는 홍합이 든 미역국이 생각 나서다
나는 고기가 든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곰탕, 설렁탕 , 불고기, 등등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구운 고기로는 먹지만
물이랑 만난 고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닭은 제외. 닭이 든 건 다 좋아함 ㅎㅎ)
그래서 미역국도 소고기 미역국은 먹지 않는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울 할머니가 소고기 미역국을 안 먹는 나를 위해
자주 홍합을 넣고 미역국을 끓여 주셨었다
울 하나뿐인 아들 녀석인 히로는 한국에서 출산을 했는데
나의 산후조리를 할머니랑 엄마가 해 주셨다
울 할머니 증외손자를 출산한 손녀를 위해 홍합 미역국을 얼마나 맛있게 끓여 주시던지
출산 후 한 달 내내 먹었던 미역국이 질릴 만도 한데 난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산후 조리중 매 끼니마다 울 할머니가 넘치도록 듬뿍듬뿍 담아주셨지만 남김없이 먹었고
할머니는 당신이 끓여주신 미역국을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깨끗하게 먹어 치우는
나에게 " 너무 잘 먹어서 좋다 " 고 하셨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생일날에도 잘 안 끓여 먹는 미역국이다
내 손으로 내 생일 미역국 끓이기도 뭐 하고 무엇보다 내 생일날엔
가족이 외식을 하기에 굳이 내 생일날 직접 미역국을 끓일 필요가 없어서다
그런데 오늘은 추억의 홍합 미역국을 끓였다
밤 9시가 넘어 마트에 갔었고
집에 와서 바로 미역국을 끓이고 나니 밤 10시가 훌쩍 넘었지만
참을 후가 없어서 미역국 한 그릇을 떠 보았다
울 할머니가 끓여 주셨던 미역국은 색이 뽀얗던 것 같은데 내가 끓인 건 어째
뽀얗지가 않다
미리 할머니께 좀 배워 둘걸...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참지 못하고 미역국 한 그릇을 해 치웠다
양심상 밥은 조금만 넣고..
할머니의 그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있다 ㅎㅎ
만족!
그리고 아침
다른 날 같으면 빵으로 때웠을 텐데
오늘은 당연히 밥이다
반찬은 간단하게 시금치 나물이랑 참치가 든 김치볶음
오늘은 추억의 미역국이니까 당연히
국그릇도 밥그릇도 한국 국 그릇이랑 밥 그릇
너무 맛있고 만족스러워서 아침부터 미역국 한 그릇 해치우고
한그릇 더 추가!
아침부터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다
울 할머니 날 참 이뻐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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