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그 옛날 살을 에이는듯한 한강의 칼바람을 맞으며 출퇴근하던 때가 기억난다
서울의 겨울은 정말이지 지독히도 추웠었다
1997년 IMF가 덮쳤던 그 겨울은 유난히도 더 추웠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매일같이 자 회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조찬 회의가 회사 회의실에 있었고 본사 비서실에 근무했던 나는 조찬 회의 준비를 위해 더 일찍 출근을 해야 했던
눈이 내렸던 날 새벽이 떠 오른다
눈 때문에 오지 않는 버스를 지각 할까 마음 졸어가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던 그 추웠던 겨울 ….
조찬 회의를 위해 미리 예약해 둔 샌드위치와 따뜻한 차를 준비하기 위해 서둘렀던 지독히도 추웠던 한강 강바람을 어찌 견디며 출근을 했었는지 ….
그때는 발목까지 오는 롱코트가 유행이었었다
뭐 지금 생각하면 유행을 떠나 추우니 롱 코트로 몸을 꽁꽁 두르고 머플러에 장갑은 필수였었다
비서라는 직업에 패딩을 입을순 없었고 정장 치마에 롱코트에 구두가 나의 겨울 의상이었는데 나무 추운 날은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출근해서 회사에서 치마로 갈아입곤 했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지만 때론 그때가 그립다 …
그런 추운 겨울을 보내다 동경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보니 동경의 겨울은 왜 이리 따뜻한지 ..
물론 일본의 집은 따뜻한 온돌에 익숙한 나에겐 엄청 무지
추웠지만 그래서 밖보다는 집 안이 더 춥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었다
한국에서 가져왔던 멋진 롱코트는 한 번도 입지 못 했었다
롱코트를 입을 정도로 춥지도 않았지만 아무도 롱코트를 입지 않으니 나 혼자 눈에 띄게 발목까지 오는 긴 롱코트를 입을 수도 없었다
비싸고 좋은 롱코트를 버릴 수도 없고 언젠가는 입겠지 하면서 고이고이 몇 년을 모셔두다가 동경에 사는 한 롱코트를 입을 일은 없겠구나 하고 아쉬운 이별을 했었다
동경에 자리를 잡고 산지 어느새 20년을 훌쩍 넘겼다
아직도 난 한겨울에도 머플러와 장갑을 하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가끔 나들이를 할 때나 실외에 있는 시간이 많은 날 머플러를 꺼내 들고 가는 정도다
동경의 겨울이 그다지 춥지도 않을뿐더러 일 하는 곳이 실내이고 밖에 나간다 한들 차로 이동을 하니 꽁꽁 싸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주도 춥다 춥다 하지만 최저기온이 영하 1도 정도다( 이번 주의 경우 최고기온은 7도에서 11도 사이 )
한강의 칼바람을 생각하면 비교적 따뜻한 겨울이다
그런데 ….
우리 집 마당의 초록이들에겐 이 겨울이 혹독한것 같다
한 겨울에도 당당하기 피기 시작하던 우리집 빨간 장미가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인지 꽁꽁 얼어 버렸다
꽃을 피운 상태로 꽁꽁 얼어 버렸다
너무나 불쌍해 보이는 알로에 꽃..
말하지 않으면 얘가 도대체 뭔가 정체를 몰라 볼 정도로 꽁꽁 얼어 버렸다
왜 알로에는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걸까 전부터 궁금했었다
난 일본에 오기 전 알로에 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알로에가 꽃을 피우는지도 몰랐었다
어느 날 우리 집 마당에 알로에 꽃을 핀 걸 보고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지 ㅎㅎㅎ
따뜻한 여름이나 아님 가을에라도 피면 좋을 텐데
알로에 자체가 추위에 약할 것 같은데 왜 겨울에 꽃을 피울까?
올 해는 알로에가 꽃을 미처 피우지도 못했다
꽃망울을 맺고 피우기 직전에 눈이 내려서 그대로 얼어 버렸기 때문에 …
뭐 얘한테는 내가 미안해서..
천선초 이 아인 실내에 들여 뒀어야 했는데 우리 집 실내에도 넘쳐 나도록 많은 초록이들이 있어서 들이지 못했는데 …
마당에서 겨울나기가 화초들에겐 그리 녹녹하지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추위 속에서
몇몇 화초들은 얼어서 유명을 달리하고 있는데 그런데
딸기 꽃이 폈다
이 추위에 하얀 딸기 꽃이
마당에서 혹독한 겨울나기를 하는 우리 집 화초들
돌아오는 봄에 다시 이쁜 자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1월 ….
그래도 봄은 오겠지 …
마당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는 화초들을 보면서 난 왜 화려했던 (???ㅎㅎㅎ) 지난 20대의 지독히도 추웠던 그 겨울을 떠 올렸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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